최근 하수처리 시설에서 미세플라스틱 제거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하수처리 시설 내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준 강화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오염 차원을 넘어 국민 건강, 수생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 인프라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본 글은 이러한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준 강화의 필요성과 함께, 도심 하수처리장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적 해결책 및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준 정립 방안을 다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의 새로운 위협과 하수처리 시설의 대응 필요성
최근 하수처리 시설 내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준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환경을 지키기 위한 선언적인 슬로건을 넘어서, 도시 인프라가 마주한 현실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이자, 국민 건강과 자연 생태계 보호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매우 작고, 그 출처가 의류 섬유, 생활 플라스틱 제품, 산업 플라스틱 분쇄물 등으로 다양하여 수질오염의 은밀한 주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의 하수처리장은 하루 수십만 톤의 오수를 처리하는 거대한 유입구로, 이들 미세플라스틱이 고스란히 정화되지 않은 채 방류될 경우, 하천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게 됩니다.
전통적인 하수처리 시스템은 물리적, 생물학적 처리 단계를 통해 유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은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기존의 침전조나 여과 장치를 쉽게 통과하며,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하수처리 공정에서 간과될 수 있는 요인이며,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에서 방류수 내 미세플라스틱의 존재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플라스틱은 환경에서 축적되어, 수생 생물의 조직 내에 침투하고, 최종적으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정책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기술의 현장 적용 속도가 늦고, 지방자치단체 간 처리 수준의 차이도 큰 편입니다. 따라서 기술적 접근과 함께 정책적 기준 마련, 시민의식 제고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만 하수처리 시설이 실질적인 미세플라스틱 저감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고도처리 기술의 도입: 필터링을 넘어서
기존의 하수처리 시설은 1차 스크리닝과 침사조, 2차 생물학적 처리에서 대부분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제거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하수처리장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미세입자 및 나노입자 수준의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고도처리 기술이 있습니다. 이 기술들은 기존 처리 단계에 추가되어야 하며, 하수처리장 전체의 설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막분리 공정은 고운 막을 이용해 물과 슬러지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작은 입자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현재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의 교체 주기와 유지 비용이 높다는 점에서 재정적 부담이 수반됩니다. 나노필터는 이보다 더 작은 크기의 오염물질도 걸러낼 수 있지만, 시설 투자비가 높고 에너지 소비가 많아 대규모 시설에서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시스템 최적화가 필요합니다. 고급 산화공정은 화학적 방법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로, 물리적 제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제공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만 반응 효율이 높다는 제한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고도기술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부 상용화되어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 역시 환경부를 중심으로 수도권 및 광역시급 하수처리장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규모 지자체의 경우 재정적 여건상 독자적인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과 기술 이양이 병행되어야 하며, 기술 공급자와의 협업을 통해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고도처리 기술은 단순히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넘어서, 관련 부품 산업 및 친환경 기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큽니다.
법적 기준의 재정립과 운영 표준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기반이 없이는 실행력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질환경 규제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부유물질량(SS) 등에 집중되어 있으며,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비전통적 오염물질에 대한 규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장 행정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기업이나 시설 운영자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게 되어 실질적 관리 공백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필요한 조치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방류수 중 허용 농도 기준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리터당 허용 가능한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의 제재 조치까지 포함하는 구체적인 법령 개정이 필요합니다. 측정 방식 또한 표준화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현장마다 측정 방식이 달라 정확한 비교가 어렵고, 정책 집행에도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FTIR이나 라만 분광법 등 과학적으로 입증된 분석 기법을 표준 측정 도구로 채택하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신규 하수처리장 설계 시에는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술을 기본요소로 반영해야 하며, 기존 시설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되 일정 기간 내 필수적으로 보완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해야 합니다. 행정 절차상에서는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성과 공개를 통해 공공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적 기준 강화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기술 산업을 활성화하고 환경 보건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표현이기도 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의 기초가 됩니다.